
[ 직업 ]
Hunter
[ 사냥꾼 · 마법 X ]
[ 종족 ]
사튀르 족
유일신이자 풍요신인 파온을 섬기는 종족. 민족주의 종교이기 때문에 보수적인 동부로 갈수록 알레느 교에 배타적이고 일방적으로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이 꽤 있다.
본디 고원 유목 민족이지만 엘리아드 대륙 넘어 동남에 위치한 아나톨라드 대륙, 혹은 그보다 더 남쪽 대륙에 정착하고 주변의 문화를 빠르게 수용했다. 아나톨라드 대륙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나 엘리아드 대륙에도 드물게 존재한다. 제논의 경우 부모님 대에서 엘리아드 대륙의 다르냐로 넘어왔다.
머리의 염소 뿔과 뛰어난 신체 능력을 특징으로 꼽는다. 기준이 모호한 것은 머리의 뿔 유무를 제외한 외형의 개체차가 꽤 크기 때문이다. 동부와 달리 엘리아드와 가까운 서부 아나톨라드 인구는 세속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 이전부터 흄과의 혼혈이 많아온 탓이다. 사튀르의 성질이 크게 나타난 개체는 염소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다. 머리의 뿔의 유무와 형태를 기준으로 동족과 비 동족을 나누기 때문에 동족이라 인식하기만 한다면 흄의 특성을 크게 보이는 이들이나 혼혈아를 따돌리지는 않는다. 일손이 하나라도 더 많은 게 중요했던 유목민족으로서의 문화 덕분이다.
흄이나 다른 퓨로와 비교해 유 청소년기 성장이 빠른 편이다. 따라서 기대 수명에 비해 비교적 어린 26세부터 성인으로 친다. 흄족 나이로 치환해 보자면 15세 때 뿔을 제외한 모든 외적인 성장을 끝내는 셈이다.
평균 기대 수명은 129세.
술, 특히 포도주를 좋아한다는 민족적 특징이 있다. 포도주가 아니더라도 과실주 제조를 많이 한다. 과일이 많이 나는 아나톨라드 대륙 중부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이를 풍요신인 파온 덕분이라 생각하며, 술에 취하는 것을 신에게 가까워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음주 문화가 발달하여 다른 종족 사이에서는 방탕하다는 인식이 있다. 종교적으로 성인이 되기 이전부터 음주가 허용된다는 점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 성격 ]
76이라는 그의 나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다르나의 흄들은 제논의 나이를 들으면 놀라워했다. 다만 진정한 문제는 같은 사튀르마저 제논의 나이에 놀란다는 점이었다. 얼굴이 어려 보인다는 뜻이 아니었다. —물론 흄의 76세를 생각해 본다면 그 얼굴은 젊어 보이는 얼굴이기야 했으나, 엘프나 드라고뉴트, 특히나 같은 사튀르에겐 그 나이에 그 얼굴은 그다지 놀라울 일이 아닐 터다.— 그저 그 나이 먹고 정신을 못 차렸다는 뜻이다. 그는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도 혈기 왕성한 시기의 버릇을 버리지 못해 지긋지긋한 낙천주의자였으며 심지어는 여느 방랑객들이 그러하듯 낭만주의자이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언제나 즉흥적으로 행동해 먼 미래를 가정할 때면 죽을병이라도 걸릴 것처럼 굴었다. 그가 사냥꾼 일로 벌어 잠깐 손에 쥐었던 돈들은 금세 바닥을 보였으나 주눅드는 일이 없어 어김없이 술이니 도박이니에 낭비했다. 어차피 다시 벌 수 있으니 괜찮다는 안일한 말과 함께. 그러면서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으니,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인사처럼 들으며 살아왔다.
물론 그를 좀 더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만들려고 한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좀 더 믿음직스럽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손색없을 그런 삶 말이다. 다른 많은 사튀르처럼 성실하게 농사를 짓고, 가축을 치며 가족을 돌보도록. 무릇 자식을 많이 두어야 번창하는 법 아니겠는가? 우선 그의 부모님이 그러했다. 하지만 본디 자식 농사라는 게 도저히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는가. 그는 마치 민들레 씨앗 같은 사람이라, 손에 쥐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정신을 차려보면 스스로 구속에서 벗어나 홀로 하늘을 누볐다. 끝끝내 손 안의 안온한 고요를 거부해 차가운 바람을 타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왔다. 땅에 닿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일은 없었으며, 오로지 더 큰 자극과 더 많은 유쾌함만이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에게 있어 정체란 적응이 아닌 죽음이었기에 그와 서로 사랑한 이들도 끝에 와서는 단발적인 만남만이 남았다. 아무래도 익숙한 것에 빨리 질리는 인간이었으니. 언제나 자유만을 원했다.
보다시피 그에게 책임감이라고는 없었다. 오래 알고 지내기에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가 사냥꾼인 이유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함이며, 인간의 안녕을 위해서가 아니었으니까. 제 한 몸 불편하지만 않다면 아쉬울 것 없는 작자다. 다만 프로네아 수도원에 모인 이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짧게 스치는 이로서는 나름 괜찮았다. 어떤 사람이든 단점은 동시에 장점이 될 수 있었으니. 그의 오랜 방랑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지니게 해 주었다. 그가 간혹 연주하는 피리는 퍽 감상적이기까지 했다. 그의 즉흥성 역시 유연성으로 포장되어, 그 유연성 덕분에 제논은 그 실력만큼은 신뢰할 수 있는 사냥꾼이었다. 이러나저러나 그의 낙천성과 그에 뒤따른 호쾌한 웃음이 그를 빛나게 함은 부정할 수 없었다.
[ 기타 ]
사튀르
사튀르 족, 그 중에서도 특히 아나톨라드 동북부에 사는 사튀르는 신체적 능력을 중요시하고, 엘프와 마법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종교인 파온 교 역시 마법을 이교도의 것이라 칭한다. 건조한 고원지역에서 주로 지냈고, 사튀르 족 내에 마법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유이리라. 제논의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 다만 제논은 다르나에서 자라 마법에 대해 부정적인 감상은 없다. 오히려 재미있어 하는 편이다. 어렸을 적엔 마법사가 주변에 없었기 때문에 사냥꾼 일을 하면서 꽤 많은 마법사와 안면을 튼 지금까지도 마법을 신기해한다.
사튀르 족에 대한 통념 중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 바로 밑에 존재하는 것은 사튀르 족이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가파르고 높은 곳에 오르기를 좋아하는데, 이는 제논도 마찬가지라 어느새 담이나 나무에 올라타 밑을 구경하고 있고는 한다. 사냥 중에는 활을 자주 쏘는데, 평지에서 달리면서도 뛰어난 명중률을 보여주지만 특유의 등반실력과 엄폐 능력으로 사각지대에서 활을 쏠 때가 많다.
사냥꾼
사냥에 주로 쓰는 무기는 서술했다시피 활과 화살. 사튀르 족에게 주로 쓰이는 형태의 활을 이용한다. 활 자체의 장력이 150파운드 정도로, 쏘는 힘부터가 강해 먼 곳에 있는 표적이나 피부가 두꺼운 괴물들에게 사용된다. 활을 쏠 수 없을 정도로 근거리에 있는 사냥감의 경우 장검보다는 단도를 즐겨 이용한다.
전형적인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방랑자 생활을 유지 중이다. 이곳저곳 떠돌아 다니며 놀다가 여러 이유로 — 주로 도박과 술이다 — 돈이 궁해지면 괴물 사냥으로 돈을 번다. 특유의 방랑벽으로 고향인 다르나도 20년 주기로 생각날 때 잠깐 들리는 수준이다. 다만 돌아와서도 다시 여행을 떠날 만큼 돈이 모이면 훌쩍 떠나버리는지라 가족들의 원성이 자자할 따름. 최근에는 누데오 반도에 가기 위해 고향인 다르나에 들렸다가 돈이 부족해 잠시 발이 묶였다. 가족에게 빌릴 생각이었지만 빌려줄 리가 있나.
가족관계
4남 6녀 대가족의 4남이다. 위로 형과 누나가 많았던 게 문제여서,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도 여전히 철이 없다. 저래봬도 사랑받고 자란 막내인 셈. 보통 성인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결혼하고 자식을 보는 사튀르 족 기준으로 굉장히 늦게까지 독신인 상태다. 손위 형제들은 전부 결혼해 조카가 여럿 있다. 그래도 꼴에 아이들은 귀여워하는지 조카들 선물은 종종 사간다. 나이를 헷갈려서 빈축을 사는 일이 많아지고 있지만서도. 그도 그럴것이, 그 아이들도 이젠 성인이다!
[ 캐릭터 인터뷰 ]
Q. 성 프로네아 수도원은 현재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혹은 원래 이곳에서 생활했다면 이곳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랑은 아니지만 돈이 좀 필요해서. 빌린 돈들도 좀 갚아야 하고. (길게 앓는 소리를 내다가,) 요즘 통 술을 못 마셔서 슬슬 술도 좀 원껏 마시고 싶거든.
Q. 이 세계에서 괴물이라고 불리는 생명체들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많은 이들이, (잠깐 뜸 들인다.) —특히 흄들 말이야, 사튀르 족이면 염소 고기를 먹지 않을거라 생각하지 않나. 안 그래? 초식동물의 성질을 가진 퓨로들은 채식만 할거라고 생각하고는 한다고. 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아. 애초에 그 가축들이 우리랑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괴물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해. 어떤 면에서는 우리와 같겠지만 동시에 다르기도 하지. 난 필요에 의해 그것들을 사냥할 뿐이고.
Q. 본인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고 계신가요?
(장난스럽게) 아, 부디 위대한 모험가라 불러주시길! (호탕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