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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대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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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eus Edeun
푸테우스 이든
39세
177cm│8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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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4
4
사슬 갑옷 위에 판금, 얇은 소가죽을 덧댄 양식은 어느 가문의 기사들이 유행시켰다. 허리를 두른 벨트와 견갑에 자리잡은 원형 문양이 유달리 특징적이다. 면갑없이 얼굴 상관~중관만 감싼 투구는 보호 기능은 썩 좋지 못해도 위압감을 주었다. 반투구 아래로 자잘히 뻗친 지저분한 금색 머리카락만 오롯한 그의 모습이다.
검은색 가죽 바지 위로 밋밋한 판금 폴린(무릎 보호구)과 그리브가 덧씌워졌다. 하체는 상체 갑옷 구조에 비해 경첩이 헐거우며 통기성이 좋다. 괴물보다는 사람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갑옷 같다. 노련한 사냥꾼의 눈으로는 못미더운 형식이었다. 실제로 그의 행적은 왕국에서 이어져온 듯 하다.
늘 롱소드를 들고 다닌다. 어찌나 판에 박힌 모양새인지 어느 마을의 대장간을 가도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무기다. 칼밑에 특별한 장식은 없으며 검날의 상태가 좋지 않다. 그립은 거칠거칠하게 칼집을 낸 말가죽으로 감싸여 있다.
[ 직업 ]
The Average Person
[ 평범한 사람 · 마법 X ]
프레플로의 기사 / Knight of Praeflor
듣도 보도 못한 규율에 이상을 두는 모습이나 검을 소중히 대하는 자세, 솜씨좋게 관리된 갑옷에 새겨져 있는 특정 가문의 문양이 기사임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프레플로의 기사라 소개했다. 기사씨, 기사님, 기사양반. 온갖 호칭으로 불리지만 감히 프레플로라 불리기는 거부한다. 프레플로 가문의 일원은 아닌 모양이다.
[ 종족 ]
흄
[ 성격 ]
고지식한 | 보수적인 | 경직된 삶
Inflexible
왜, 있잖은가. 어려서 보호자에게 꼭 한 번 들어봤을 쉰소리들. 행실을 염려했든 그저 그 날 따라 기분이 나빴든 간에 꼭 한 번 들어본 참견 말이다. 그런 것을 자식도 아닌 자에게 거침없이 내뱉고 사는 자다. 언행은 예의바르건만 어쩐지 불편하다. 저는 책잡힐 구석을 덜어놓고 남의 행실을 문제 삼아 그런가. 미운 마음에 트집을 잡으려 해도 실없는 모욕이 아닌 이상 꺼낼 말이 적다. 얄미운 유형의 남자였다.
Value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 의 전형으로도 볼 수 있겠다. 왕국의 법도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따르는 규율이나 흄족 무리 특유의 예의범절 까지 세세히 따지고 들었다. 정도가 심하지 않고서야 남에게 트집을 늘어놓지는 않으나 지켜보고 있자면 피곤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버거워하는 삶을 당연하단 듯 살아낸다.
Life
오랫동안 한 곳에서만 지낸 태가 난다. 행색은 영락없는 방랑 기사건만 그 기간은 짧았으리라 짐작된다. 엄격한 곳에서 길 하나를 부여받고 자란 인간이 할 법 한 말들, 행동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의 가치는 세상과 자신 스스로에 있지 않고 왕국 어딘가에 묶여 있다.
[ 기타 ]
다르나 왕국의 프레플로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농가와 수도 변두리의 상인단 일부는 프레플로의 인장이 찍힌 양피지를 권력마냥 쥐고 다녔다. 프레플로 가문으로부터 인가받은 통행권을 들이밀고 보다 편리하게 이윤을 남겼다. 프레플로는 다르나 왕국이 본격적으로 수도 중심의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을 무렵 가장 많은 인부와 장인을 제공한 자본가였고, 수십배에 달하는 지위로 보상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왕국 행정에 기여한 바는 물론이고 수년 후에는 대다수의 장교와 친교를 나누며 왕국 치안 세력의 주요 자금줄로 자리잡았다.
한 가문의 독식을 결코 괄시하지 않았던 세력가에 의해 그 프레플로조차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프레플로의 명성은 100여년 전에 비하면 반 토막에 조금 못미치는 정도까지 떨어졌다. 가문의 구성원은 늘 가족, 하인 구분할 것 없이 적대 세력의 눈이 된 자가 없는지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냈다.
프레플로 기사단
왕국 장교의 딸이 프레플로의 장남과 혼인을 맺은 그 다음 해, 프레플로는 독자적인 기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기 시작한다. 장인으로부터 빌린 교관이 어수룩한 지원자들을 교육했고 여타 사설 기사단의 비웃음을 사던 아마추어들은 이듬해 봄 강인한 기사로 거듭났다. 프레플로의 기사들은 수십년간 독자적인 규율을 갖춰가며 왕국 치안에 이바지했다. 다르나 왕국의 무역에 한하여 상인 엄호를 이행하거나 도시의 범법자를 잡아 왕국군에 넘기는 등, 가문의 명예에 편승하지 않고 그들 나름의 위신을 구축해나갔다. 초창기에는 신분과 출생을 따지지 않고 단원을 받았기 때문에 밑바닥에 있던 자가 답잖은 명예를 얻고자 프레플로로 향하기도 했다.
프레플로가 기울기 시작하며 기사들의 충직함도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몇몇은 비열한 속내를 드러내며 프레플로의 이름을 남용하기도 했다. 단원들의 비행을 묵과하지 않은 프레플로의 가주가 새로운 규율을 창설한다.
면죄의 조건
규율을 어기고 명예를 더럽힌 정황이 적발되거나 적대 세력의 눈임이 밝혀진 자는 남은 여생을 프레플로 저택의 지하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그들이 면죄받을 방법은 단 하나, 결백한 기사가 그 단원을 대신해 프레플로의 명예를 높이는 이른 바 명예 대행이다.
오직 한 사람의 면죄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프레플로로서 명예로운 일을 행하는 것. 더불어 널리 알리는 것. 프레플로에 몸 담은 자가 보일 수 있는 극히 사사로운 충직함으로 보아 특별히 그가 지목한 자의 죄를 사하였다. 명예 대행을 선언한 자가 지목한 죄인은 그의 여정동안 처벌이 유보된다. 죽임이나 고문을 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 명이 실추시킨 사소한 명예를 다른 이의 충성과 헌신으로 회복시키는 규율은 기사단의 결속을 돈독히하고 프레플로의 위신을 지키는 굳은 상한선이 되었다. 기사들은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기꺼이 고행에 올라줄 친우를 만들기 위해, 어쩌면 그저 청렴했을 따름이라 행실을 바르게 했다. 다만 눈에 선한 고행길이었기에 정작 명예 대행을 선언하는 자는 드물었다. 당초 규율을 어긴 자, 프레플로를 배반한 자였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자신을 버릴 사람들은 손에 꼽았다.
그리하여 지난 3년 중에는 단 한 명이 나섰다.
규율: 명예 대행
첫째, 프레플로의 기사라 칭하라.
둘째, 정기적으로 명예를 대행하고 있음을 프레플로에 알린다.
셋째, 한 마을이나 특정 단체가 동시에 감사를 표할 큰 업적을 세워야 한다.
넷째, 대행을 선언한 자가 되려 명예를 실추할 경우 지목된 자와 함께 즉시 벌을 받는다.
다섯째, 대행을 선언한 자의 정기 보고가 끊겨 행방이 묘연해질 경우 20일 후 지목된 자의 벌을 집행한다.
여섯째, 인명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경우 어떤 형태로라도 그 죽음이 증명 되어야만 지목된 자가 자유를 돌려받는다. 단, 20일 이내에 알려져야만 한다.
일곱째,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
성 프로네아 수도원에 다다른 대행자
어쩌면 당신은 프레플로 기사단의 이 독특한 관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페라즈 평원에서 지내는 자라면 더욱이 그렇다. 친우를 위해 고행길에 올라 마침내 마을을 위협하던 커다란 괴물을 무찌르고 그 명예를 프레플로에 헌납한 기사 이야기는 여러 음유시인이 다양한 곡조로 설파했을만큼 인기있는 소재였다. 프레플로의 기사라 소개하는 자에게 언뜻 기대섞인 시선을 던져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쎄다. 이 자의 전망은 좋지 않다. 검을 휘두르는 것 외에 큰 재주가 없으며 그마저도 내로라하는 사냥꾼에 비하면 대단치 못한 수준이다. 페라즈 평원 바깥에 한 걸음도 내딛은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세상을 알지 못하고 먹은 나이에 비해 경험이 현저히 적다. 우둔한 자에게 주어질 명예가 이 곳에 남아있을까. 다만 그는 포기하려는 기색이 없다. 안쓰러운 행색이다.
[ 캐릭터 인터뷰 ]
Q. 성 프로네아 수도원은 현재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혹은 원래 이곳에서 생활했다면 이곳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죄인의 명예 회복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성 프로네아 수도원의 위기를 행운삼는듯 해 죄송하지만, 제겐 너무나 큰 기회입니다. “
Q. 이 세계에서 괴물이라고 불리는 생명체들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 인명을 위하여, 힘을 위하여, 돈을 위하여, 명예를 위하여, 생존을 위하여 각지에서 베어넘겨지는 것들이지요. 사람 간의 괴물같은 감정조차 무겁고 힘에 부치건만 그들의 존재는 얼마나 막막합니까. 최대한 베어넘기고 싶을 따름입니다. “
Q. 본인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고 계신가요?
“ 프레플로의 기사일 뿐, 더 보탤 말이 있겠습니까.”